평소처럼 도서관 열람실에서 9급 공무원 시험 과목 공부를 하다가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저녁 먹을 때쯤이 되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겉옷을 챙겨 입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데

오늘따라 도서관 자료열람실의 하얀 불빛이 유난히도 밝게 느껴져
가던 길을 멈추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문학”이란 카테고리를 서성였는데

상하권으로 나뉘어 있는
“개정 16종 국어 교과서 전 작품을 실은 고등 단편 소설 35”라는 책이 눈에 확 들어왔다.



9급 공무원 준비 중인 공시생이라서 그럴까.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 책 좀 읽다 집에 가야겠다 싶어
무척 빠르게 자위를 한다.
‘수험서 말고 다른 책 보는 건 농땡이긴 하지만,
이 책 제목이 국어잖아.
4월 국가직 시험 국어 과목에 오늘 내가 이 책에서 봤던 지문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 아냐?
국어 공부 좀 돌려서 한 셈 치자.’

 
단편 소설 종합 교과서 같은 느낌의 이 책
2번째에 실려 있는 이야기.
“황순원-소나기”를 읽었다.


읽고 난 소감을 한 줄로 말하자면
“읽길 참 잘했다.”이다.
 
문장 자체가 짤막하고 간결하게 되어 있어
참 쉽게 읽힌다.
또한, 분량이 1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아
책을 빠르게 읽지 못하는 편인 나도 30분 안에 모든 내용을 다 읽을 수 있었다.
(평소에 책 안 읽던 사람도, 학창 시절에 언어영역 싫어했던 이과 출신도
끄덕거리며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려
도서관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도
눈앞에 영상이 그려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금전이 있어야 할 수 있는 현대적, 도시 데이트가 아닌
순박한 소년과 소녀의 풋풋하고 순수한 시골 데이트.
수숫대, 수수밭 장면에서는 얼마 전 블로그에 올렸던 단수수밭이 그려졌고
소년의 조약돌 장면에서는 영화 “오직그대만”에서 봤던 장면이 그려졌다.
정말 아름다운 글이었다.

비록 결말은 슬펐지만….


“황순원의 소나기”
분명히 고등학생 때도 배웠던 내용일 텐데
내가 진짜 소년이었던 그때도
지금처럼 설렘 가득 안고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교과서를 봤었을까?
아마 그러지 못했었을 거 같다.
‘시험 문제는 어느 부분에서 출제될까?’에만 초점을 맞춰서 봤을 테니 말이다.


앞으로도 이 책 한 챕터씩 읽으러 도서관 자료열람실에 자주 들를 거 같다.